top of page
03.png
qunari.png

Inquisitor Adaar

Written by  단야

 흐린 하늘이었다. 조금 전까지 내리던 눈은 그쳤지만 하늘을 보니 다시 쏟아질 때까지 오래 걸리진 않을 듯했다. 작게 한숨을 내쉬자 하얗게 얼어버린 숨이 흩어져 사라졌다. 앙프리스 드 뤼옹의 날씨는 항상 이렇다는 말을 이미 들었지만 그게 손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진 않았다. 재건된 다리를 건너자 양옆에서 병사들이 가볍게 경례했다. 멀리서 드래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그리 많지 않지만 아다르는 나뭇가지를 휘두르는 자신을 보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던 부모를 기억한다. 걱정이었고, 불안이었다. 쿠나리는 태생부터 흉포한 짐승에 가까운 것들이라 쿤으로 본성을 억눌러야 하고 쿤을 벗어나 탈 바쇼스가 되면 본성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고. 규율을 피해 도망쳤어도 평생 세뇌당하듯 배운 쿤의 가르침은 머리속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결정에 관여했다. 부모는 자식이 절제 없는 괴물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애를 데리고 다시 파 볼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아무튼, 부모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휘두르거나 때리는 건 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별로 큰 효과는 없었다. 아다르는 어린애였고 어린애는 놀 것이 필요한 법이니까. 흙을 파고 노는 건 지루했고 가끔 보이는 아이들은 뿔이 달린 이방인과 쉽사리 가까워지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뿔을 떼버릴 수 있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인퀴지터!"

 

 

 아무튼, 과거 회상은 브레스를 피하면서 하기에 좋은 활동은 아니다. 서리가 날붙이처럼 공기를 찢고 아다르의 뿔보다 큰 이빨이 코앞을 스쳤다. 칼이 부딪치고 방패가 나뒹굴었다. 쿠나리에게는 용의 피가 흐른다지. 쿤을 본 적도 없는 바쇼스는 들어본 적도 없는 이야기였다. 처음 용을 잡았을 때, 불이 목구멍이 뜯겨나갈 것 마냥 독한 술을 들이켜며 내뱉은 얘기는 쿠나리에 대한 것이었다. 부모에겐 물어보지 못했고 발로-카스에선 꺼내기 꺼림칙한 주제였던 것들. 폭력의 고양감이나 용의 울음소리에 반응하는 박동, 드물게 찾아오는 허탈한 기분. 어른들의 어두운 표정, 자신을 피하던 어린아이의 울음. 낡아빠진 의문에 해답을 끼워 넣고 새로운 질문을 채워 넣었다. 발 밑에 짓밟힌 눈이 녹고 얼기를 반복했다. 비늘이 찢기고 틈 사이에 서리가 낀 칼날이 파고들었다. 울음소리였다. 뿔 달린 짐승의 단말마를 듣는 용의 잡종이 있었다. 시작점에 대한 집착이었다.

 

 

 그리고 답이 있었다.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쬐어 설산의 추위를 속이는 지붕 위에.

 

 

 "으."

 

 

 "세라, 내가 멍청한 소리를 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얼굴로 볼 것까진 없잖아."

 

 

 "네가 똥 같은 소리를 했잖아. 쿠나리의 본성은 어쩌구저쩌구, 웩, 너 솔라스랑 얘기를 너무 많이 해서 뿔 달린 솔라스가 됐다고. 듣자마자 엉덩이를 걷어차서 지붕 아래로 떨어뜨렸어야 했어."

 

 

 "그러려면 좀 세게 차야 할 텐데."

 

 

 마지막 말은 안 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세라의 발이 아다르의 등을 내려찍었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그 이전에 선명하게 남았을 세라의 발자국이 더 신경 쓰였다. 인퀴지터가 등에 발자국을 새긴 채 돌아다니는 건 분명 우스꽝스러운 꼴일 것이다. 물론 세라는 꽤 좋아하겠지만.

 

 

 "멍청한 고민이야. 그리고 너는 쿠나리가 아니라 바쇼.. 아무튼 그거라며, 그럼 상관없는 거지. 너는 너잖아. 잉키. 용만큼 덩치가 크지도 않고, 그랬으면 내가 안장을 가져왔을걸. 그리고 그런 얘기 또 꺼내면 네 침대 안에 뱀을 넣을 거야. 그럼 쓸데없는 생각은 안 하겠지. 푸흐흐, 움직이는 침대라고!"

 

 

 버려진 건포도 쿠키와 반쯤 남은 초콜릿 쿠키, 햇빛 같은 색의 금발과 주근깨 사이에서

 

 

 "봐, 잉키. 본성 같은 소리를 할 거면 나도 얼굴에 그림이나 그리고 나무 위를 뛰어다니면서 사슴 머리통을 쏘면서 살았겠지. 으, 생각만 해도 짜증나. 너는 잉키고, 쿤 어쩌고 하면서 다른 사람을 개종하려 들지도 않고,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면서 뛰어다니지도 않잖아. 그런 건 다 헛소리야. 네 손은 초록색이고, 그걸로 뭘 할지가 중요한 거야. 내 화살을 누가 만들었는지보다 내가 누구한테 쏠 건지가 더 중요한 것처럼."

 

 

 "네 말이 맞아, 세라."

 

 

 어쩌면 부모에게서 듣고 싶었을지도 모르고, 발로-카스에서 찾고 싶었을지도 몰랐던 말이 있었다. 원한다면 언제든, 어디로든 사라질 수 있는 엘프의 입에서 나온.

 

 

 "그리고 침대 얘기 말인데, 너도 그 침대를 쓴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건 아니지, 세라?"

 

 

 "윽, 아니. 아직 네 침낭이 남았어.

 

 

 "이런, 난 네가 내 침낭으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줄 알았지."

 

 

 햇빛의 아래에서. 아다르는 이방인이었고, 잠깐동안은 농부였다가, 용병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엔 죄수이기도 했고, 누가 생각해냈는지 모를 안드라스테의 전령이라 불린 적도 있었다. 그리고 인퀴지터였다. 페이드의 색으로 균열이 가까울 때마다 손을 태울 듯이 번쩍거리는 앵커를 달고. 그러나 늘 아다르였다.

01.png

To the Top

bottom of page